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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뮤지컬 <이솝이야기>를 보러 가던 길에 시간이 조금 떠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DDP'에 잠시 들렀다.
그리고 뜻밖의 좋은 전시를 하나 만났다.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 Now is Better>다.
좋은 장소와 좋은 전시, 게다가 기념품으로 에코백도 주는데 심지어 무료전시다.
가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DDP로 향해보도록 하자.
전시 정보: 일정, 장소, 시간, 관람료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위치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DP'에는 여러 개의 전시 공간이 숨겨져 있다. 하지만 특별히 관심이 없는 경우 지하 2층에 위치한 전시 1관만 주로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전시 일정: 2023-11-17 ~ 2024-03-03 (※매주 월요일, 설날 당일 휴무)
- 장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잔디사랑방
- 시간: 10:00-20:00
- 관람료: 무료
- 관람후기 이벤트 진행 중: 에코백 증정
작가 및 전시 소개
스테판 사그마이스터(Stefan Sagmeister)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타이포그라퍼다. 스스로의 몸에 칼로 글을 새기거나 바나나 72,000개를 벽에 가득 채우는 등의 파격적인 작품세계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이번에 서울에서 전시를 열게 된 배경에는 '세상은 모든 면에서 긍정적으로 발전되어 왔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사람들이 세상의 밝은 면을 볼 수 있게 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 전시에 대한 영감은 5년 전 로마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한 변호사와 저녁식사를 하다가 폴란드나 헝가리 등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면 근대 민주주의가 끝난 거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보면 우리는 민주주의의 황금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세계의 반이상이 민주주의라는 시스템하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로서 이 부분이 연구할 만한 흥미로운 연구주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삶의 질, 기대수명, 죽음, 빈곤, 범죄율, 온실가스 배출 등의 글로벌 이슈와 연관된 유의미한 데이터와 근거자료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디자이너의 시각을 표현한 혼합매체 작품 시리즈를 제작했다. 이번 서울 전시를 위해 약 100여 점의 작품을 새로 제작했다고 한다.
지금은 야외전시가 종료되었지만, 야외 전시장에는 움직이는 풍선으로 한국의 120년간 수명이 발전하는 흐름을 보여주는 아주 거대한 차트를 시각화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실내전시에는 앤틱을 새롭게 시각화한 작품, 디지털 캔버스, 유리잔, 의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인류의 다채로운 발전상을 보여준다. 매일 매체에서 보도되는 부정적인 내용과는 다르게, 장기적 관점에서는 세상은 모든 면에서 아주 긍정적으로 발전되어 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품 소개: 회화와 데이터의 의미심장한 결합
개인적으로는 앤틱 작품에 실제 통계 수치에 기반한 기하학적 도형을 결합한 작품들이 몹시 흥미로웠다. 회화에 데이터를 결합한 것도 흥미로운데, 도형 자체도 아무 의미 없는 조합이나 배치가 아닌, 잘 들여다보면 의미심장한 결합이었다. 디자인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는다.
작품의 특징과 걸맞은 전시공간 디자인도 적절했다.
50 I'm Gonna Kill You
이탈리아에서 10만 명당 일어난 살인사건 수
1500 - 65
1600 - 35
1700 - 18
1800 -12
1900 - 5
2000 - 2
살인사건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왜 하필 아이가 총을 들고 있는 그림을 골랐을까.
90 Gimme Space
10만 달러로 살 수 있는 공간의 양(m2)
13.8m2 - 두바이
6.0m2 - 맨해튼
1.5m2 - 모나코
이건 왜 세상이 좋아지고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59-A Robbing and Stealing
인구 10만 명당 강도사건 비율
86 - 스웨덴
98 - 미국
456 - 에콰도르
180 - 벨기에
15 - 필리핀
2 - 한국
920 - 아르헨티나
244 - 콜롬비아
강도사건이라 직관적으로 '심장'에 칼을 꽂아 놓았다.(처음엔 그냥 고기인 줄 알았다..)
이 작품은 심지어 한 장씩 뜯어갈 수 있게 만들어놨다. 강도가 돈을 뜯듯 그림도 뜯어가라는 것인가?
집에 들고 가서 걸어두기에는 너무 그로테스크하여 차마 뜯어올 수 없었다.
82 We are One
미국 GDP 대비 사회적 지출
1920 - 1%
1940 - 2%
1960 - 6%
1980 - 12%
2000 - 15%
2020 - 20%
위에서 아래로 배치한 점진적 모양새가, 마치 쌓여가는 지출 같기도 하고, 작은 원이 만들어내는 큰 물결 같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그림 속 남자의 주름을 가려주는 듯하다.
52 Heroes and Losers
전쟁 중 전투와 관련한 사망자 수(십만 명)
1950 - 25
1975 - 5
2000 - 3
2020 - 2
84 Even More War!
강대국들이 서로 전쟁을 벌였던 연도의 비율
77 Smokin'
미국인 중 매일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비율
1975 - 37%
1985 - 30%
1995 - 20%
2005 - 17%
2015 - 11%
전시장 한 켠에는 작가의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는 도록들이 구비되어 있다.
DDP포럼: 스테판 사그마이스터(Stefan Sagmeister)
2023년 11월 17일 진행된 37회 DDP포럼에서 스테판 사그마이스터(Stefan Sagmeister)와 월간디자인 최명환 편집장이 이번 전시 관련한 포럼을 진행했다. 그는 '인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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