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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KO한국창작음악제(a.k.a '아창제')
ARKO한국창작음악제(a.k.a '아창제')는 우리나라의 국악, 양악 부문을 망라한 창작관현악 작곡과 발표, 비평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의 특성화 사업으로 2007년부터 진행되어 왔다. 매년 국내, 외에서 활동 중인 작곡가들로부터 국악&양악 관현악 혹은 협주곡 응모를 받아 최종 참가작을 선정하고 매년 개최하는 ARKO한국창작음악제에서 선정 작품을 연주한다.
올해 ARKO한국창작음악제가 15주년을 맞아 개최한 국악부문 특별연주회에 다녀왔다.
국악관현악이란
이번 ARKO 한국창작음악제 15주년 기념 특별연주회 국악부문 연주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맡았다. 한국의 고유한 예술 형식인 국악관현악은 그 독특한 소리와 아름다움으로 많은 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국악관현악이라는 장르가 생소할 수도 있어 잠시 소개를 하고자 한다.
원래 한국 전통 국악에는 서양식 관현악 편제 개념이 없었으나, 조선 후기에 서양음악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다양한 악기를 배치하는 서양식 관현악 형식을 국악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생겨났다. 일제 해방과 휴전 이후에 국립국악원을 중심으로 국악기 및 서양악기에 관현악 편성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어났고, 1965년에는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이 창단되었다.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국악관현악단은 1995년 창단하여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독자적인 레퍼토리, 한국의 정신과 정체성을 담은 사운드와 수준 높은 연주로 전 세계 관객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우리 음악의 원형에 대한 깊은 사유와 실험을 바탕으로 국악관현악의 음악적 본질을 탐구하며 한국 창작음악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국악관현악은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로, ARKO한국창작음악제와 같은 특성화 지원사업을 통해 창작과 새로운 시도들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번 공연무대에서도 다양한 국악기와 함께 서양악기인 콘트라베이스, 첼로 등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연 후기
이번 특별연주회에서는 ARKO 한국창작음악제 15주년을 기념하여 그동안 '아창제'를 통해 소개되었던 작품들 중에서 5개의 작품을 선정하여 구성되었다. '아창제''는 처음이라 잘 몰랐는데, 그간 국악부문에서 수상한 작곡가들 중에 젊은 신예 작곡가들도 상당히 많았다. 국악은 '어른'들의 장르라는 고정관념과는 사뭇 달랐다. 국악기를 활용한 새로운 시도들과 독특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이귀숙 - 1900년 파리, 그곳에 국악 그리고 2012
고종은 국호를 '조선국'에서 '대한제국'으로 바꾼 뒤 조선이 자주주권국가임을 대외적으로 선포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국제적 행사인 프랑스 '파리만국박람회'에 참가하였다. 1900년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조선당대 최고의 악기들은 파리박람회에서 국제심사위원회가 주는 동메달을 수상하며 국가적 존재뿐 아니라 한국음악을 비롯한 우리 문화를 서구문명에 소개하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 파리만국박람회에 출품되었던 국악기 11점(해금, 대금, 단소, 거문고, 정악가야금, 양금, 향피리, 세피리, 방울, 용고, 북)은 전시가 끝난 후 악기 수송비가 없어 프랑스 정부에 기증되었고 그 후 파리 국립음악원 악기기 박물관에 보관되어 왔다. 이와 같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던 고악기들의 귀환이 2012년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 재개관을 기념한 특별전시로 112년 만에 이루어졌다.
...
본 작품의 작곡 의도는 1900년 당시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역사적 사명을 띠고 머나먼 이국으로 파견되었던 해외 소재 한국국악유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 작품 해설 중
가장 다양한 악기들이 어우러졌던 작품이었다. 편경, 어, 축 같은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국악기들도 눈에 띄었다.
손다혜 - 25현 가야금과 국악관현악을 위한 '어린 꽃' (가야금 문양숙)
가야금 솔로와 협연했던 작품으로 가장 서정적이었던 작품이었다. 사극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 삽입곡으로 들어가면 이야기 한 편 뚝딱! 가야금 솔로의 멜로디가 어딘가 가냘프지만 처절하고 아름다웠다. 작곡가 '손다혜'는 이 작품으로 2023년 제42회 대한민국작곡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에 제13회 ARKO한국창작음악제 국악부문에 선정되었다.
장태평 - 너븐숭이
너븐숭이라는 단어는 처음 들어서 공연 전에 검색을 해보니 제주도에 있는 '애기돌무덤'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제주 4.3 사건으로 인해 희생된 어린아이들의 무덤이다.
'너븐숭이'는 작곡가가 제주 4.3 사건 유적지를 돌아보며 느낀 감정을 바탕으로 작곡한 작품이며 구성은 크게 여섯 부분으로 나뉜다. '수선화의 노래', '흔들리는 섬', '무당자장가', '거대한 감옥', '붉은 섬', '애기돌무덤 앞에서'의 표제가 붙으며 서사적 묘사와 동시에 희생당한 어린 영혼을 위한 자장가를 담아내어 진혼의 성격을 띠고 있다. 작품의 선율은 제주 무당자장가와 애기돌무덤 앞에서 떠오른 선율의 단편을 변주하여 작품 전반에 교차시키고 있으며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의 자진증판, 자진석, 군채가락을 변주하여 구성하였다.
- 작품 해설 중
이예진 - 타악기를 위한 협주곡 '기우' (타악기 김인수)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비가 오기 전 하늘의 모습을 소리로 표현한 곡으로, 비를 바라는 간절함이 소나기를 부르기까지의 과정을 협연연주가가 제사장 역할을 맡는 형식으로 구성하였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는 모든 악기들을 동원하여 소나기가 오는 소리를 표현하는데, 대금 연주자는 손톱으로 대금을 두드리고, 해금 연주자는 활대로 해금 몸통인 입죽을 치고, 가야금 연주자는 활을 위아래가 아니라 좌우로 긁는 등 다양한 연주법을 도입하였다. 실제로 비가 내리고 그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정호 - 수룡음 계락 주제에 의한 '폭포수 아래'
마지막 작품은 가장 '국악'의 느낌이 진했던 작품이며, 유일하게 창이 가미된 작품이었다. 폭포수 아래로 떨어지는 물을 표현한 작품으로 신비로운 장엄함이 느껴졌다.
마치며
한 음악 장르가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 죽은 음악이 아닌 그 자체로 살아 숨 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세대에 살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비주류의 음악이 계속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참으로 든든하다. 앞으로 매번 아창제를 관람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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