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올해의 작가상 2023' 전시가 진행 중이다. '올해의 작가상'은 2012년 처음 시작된 이래, 동시대의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상으로 자리 잡아 한국 현대미술의 가능성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전도유망한 주요 중견작가들을 선정하여 전시 및 수상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후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제작과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올해의 작가상에 선정된 작가들의 신작뿐만 아니라 이전의 주요 작업들을 함께 전시하여 작가의 예술세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끌어내고자 했다고 한다.
오늘 글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소개와 '올해의 작가상 2023' 전시 관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 Seoul 소개
우선 기업체 '현대'와는 아무 관련이 없고, 국립 '현대미술'관이다.
"1969년 경복궁에서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은 이후 1973년 덕수궁 석조전 동관으로 이전하였다가 1986년 현재의 과천 부지에 국제적 규모의 시설과 야외조각장을 겸비한 미술관을 완공, 개관함으로써 한국 미술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습니다. 1998년에는 서울 도심에 위치한 덕수궁 석조전 서관을 국립현대미술관의 분관인 덕수궁미술관으로 개관하여 근대미술관으로서 특화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3년 11월 과거 국군기무사령부가 있었던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전시실을 비롯한 프로젝트갤러리, 영화관, 다목적홀 등 복합적인 시설을 갖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을 건립·개관함으로써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의 과거, 현재, 미래의 문화적 가치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8년에는 충청북도 청주시 옛 연초제조창을 재건축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를 개관하여 중부권 미술문화의 명소로 육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개관 50주년을 맞이하여 기념식을 개최하고 미술문화를 나누는 세계 속 열린 미술관으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 소개
건물에 들어서서 매표소 쪽으로 오면 한쪽 벽면이 통창으로 트여있는 공간에 들어서게 된다. 공간감 있는 건물 안에 있을 때 느껴지는 특유의 편안함과 만족감이 느껴진다.
전시 기간, 관람료, 물품보관함
- 전시 기간 : 2023-10-20 ~ 2024-03-31
- 관람료 : 2000원 (현재 유료 전시를 모두 관람할 수 있는 통합권은 5000원이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료전시는 4개이기 때문에 모두 관람하실 분은 통합권 구매가 이득이다.)
- 입구 쪽에 무료 물품보관함이 있어 누구든 사용가능하다.
작품 가이드 프로그램 일정
현재 매일 아래의 시간표대로 전시 별 가이드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이어폰을 챙겨서 무료 앱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안내'를 통해 가이드 음성을 들으며 관람할 수도 있다.
(가이드 기기 대여는 1000원이다.)
12:00 |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정연두 - 백년 여행기 | 5 전시실 |
13:00 | 백 투 더 퓨처: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 탐험기 | 1 전시실 |
14:00 | 김구림 | 6 전시실 |
15:00 |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정연두 - 백년 여행기 | 5 전시실 |
16:00 | 올해의 작가상 2023 | 2 전시실 |
전시 소개
지하 1층에 있는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올해 선정된 작가 4인(권병준, 갈라포라스김, 이강승, 전소정)의 인터뷰를 감상할 수 있다. 이 인터뷰를 꼭 본 뒤에 감상할 것을 추천한다. 이번에 선정된 4인 작가들의 전시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후기 산업사회에 접어들며 변화한 인간과 인간,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고찰하는 포스트 휴머니즘이라는 주제를 공유한다. 이 작가들 중 갈라포라스김과 권병준의 전시가 눈에 띄었다. 선정된 4인의 작가들 중 2차 심사를 통해 최종 1인의 작가를 선정한다고 하는데, 아마 갈라 포라스 김이 선정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갈라 포라스 김
갈라포라스 김은 콜롬비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 LA와 런던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작가다. 현재 리움미술관에서 '국보'라는 전시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현재 미술의 대상이 되는 어떤 사물이 시대와 상황,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주체에 따라 변화하는 기능과 의미이다. 예를 들어 고인돌같이 무덤으로서 기능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경외의 의미를 지녔던 오브제가 현대에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문화유산 같은 시스템 속에 들어가면서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작가는 이런 상황에 의문을 제기하는 동시에, 과거에 그 물건을 만들고 숭배하던 고대인들의 뜻과 현대의 제도를 화해시키고자 노력한다. 그 일환으로 미술관이나 연구소 같은 기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하고, 그 의미를 담은 작품을 통해 이러한 인식을 확산시켜 나간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들을 아래 소개한다.
아래 작품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작품 철거 기간 동안 수집한 먼지나 잔해들을 모아 정육면체의 작업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작가는 예술적 가치가 부여된 것들을 둘러싸고 있는 물리적 환경과, 그 대상(오브제)의 부산물인 잔해나 잔여물이 인위적인 예술품과 유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탐색한다. 이와 동시에 이 과정에서 박물관에게 보냈던 편지를 함께 전시하여 이 또한 의미를 가진 전시물로써 대우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
갈라포라스 김은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에 위치한 고대 마야 문명의 신비로운 천연동굴에서 발굴되어 옮겨진 유물들의 역사적, 법적 소유권에 대하여 고민한다. 고대 마야인들은 깊고 신비로운 이 지하의 샘을 '비의 신 차크'(Chaac) 가 머물다 가는 신성한 장소로 여겼다. 여기서 발견된 유물들은 미국의 박물관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원 소유주인 마야 '비의 신 차크'(Chaac)와 닿을 수 없는 건조한 환경에 놓인다. 이에 작가는 박물관 관장에게 편지를 보내, 이 유물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을 모아 빗물을 만나게 하여 본래 수행하던 제의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작가는 송진과 유물들에게서 떨어져 나온 먼지를 모아 새로운 오브제를 만들고, 이 오브제가 빗물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아래와 같이 설치하여 전시하였다.
아래 작품은 전북 고창에 있는 고인돌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기원전에 제의적인 기능을 수행했던 이 고인돌은 2000년도에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어 역할이 변화되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고인돌을 바라보는 세 가지 방식의 관점을 보여주면서 질문을 던진다. 가장 왼쪽에 있는 패널은 죽어서 고인돌에 묻힌 사람에 시선에서 바라본 고인돌의 풍경이다. 가운데 패널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역사 공원으로 분류된 고인돌의 상황이다. 오른쪽 패널은 인간과 역사를 벗어난 자연의 관점에서 고인돌을 바라보고 고인돌의 표면에 있는 이끼들을 그린 것이다. 발상이 정말 충격적이다.
이 작품은 모두 작가가 드로잉 한 것으로, 가운데 패널의 경우 모두 연필로 그린 것이다. 마치 사진 같이 그린 것이, 갑자기 피카소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이 작품도 아주 충격적이었던 작품이다.
"대영 박물관의 수장고에서 발견된 곰팡이 포자는 소장품들의 보존 상태를 드러내기 대문에 소장품의 일부가 되어 수장고를 쉽게 떠날 수 없다. 소장품의 서식지를 침범한 곰팡이는 박물관이 소유한 자산의 일부가 되는 셈이다. 이 곰팡이는 포자 형태로 배양되어 흩어지는 과정을 통해서만이 수장고를 떠날 수 있게 된다. 곰팡이 포자가 박물관 수장고 안에서 발견되고, 다시 미술관에서 전시됨으로써 의미가 부여되는 이 상황은, 특정한 체계 안에서 존재의 가치가 변화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포자는 수장고에 잇는 소장품을 먹어 치우고 전시장에 번식한다. 우리는 포자를 통해 소장품이 미술관을 떠나 새로운 형태로 성장하는 것을 보게 된다."
- 작품 해설 중
전시장을 가로지르다 보면 이상한 공간이 나온다. 처음에는 이게 작품인 줄도 몰랐다. 천장에는 먹물에 젖은 천이 걸려있고, 이 천에서 아주 느리게 물방울이 한 방울씩 하얀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 천이 매달린 곳 옆에는 제습기가 있는데, 이 제습기가 이 전시 공간의 습기를 모아 천 위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새로운 공간에 설치될 때마다 바닥에는 다른 패턴이 그려지는데, 이런 이미지를 통해 작가는 전시 공간의 공기 속에 이미 물이 존재하고 있음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이 제습기마저 작품의 일부였다.)
권병준
권병준 작가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서울대 불문과 출신으로 인디밴드 활동을 했고, '삐삐밴드' 활동 중 생방송 중 손가락 욕을 하고 침을 뱉어 방송정지를 당한다. 이후 음악활동을 이어가다 네덜란으로 유학을 가 헤이그 왕립 음학원에서 전자 음악과 미디어 아트를 공부한다. 현재는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작품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권병준 작가의 전시실에 들어가면 왼쪽에 있는 무선 헤드폰을 착용하게 된다. 이 무선헤드폰은 LPS(Local Positioning System)을 이용하여, 관람객이 이동하는 위치에 따라 다른 소리를 들려준다. 헤드폰 옆에는 <오묘한 진리의 숲> 소리지도가 있어서 이 지도를 따라 이동하며 여러 가지 소리를 듣게 된다. 사운드 작업과 퍼포먼스 연출을 통해 인간의 연대와 확장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작가에게 사운드라는 매체는 타인을 이해하고 낯선 이들 간에 연대를 형성하게 해주는 힘을 가진 매체이다.
로봇 개발의 주된 복적은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용'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전시된 로봇들은 일어서고 앉고, 명상을 하는 등 인간에게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이 않는 무용한 행위들을 반복한다. 사다리 로봇의 경우 위로 오르기 위한 수직적 도구인 사다리를 옆으로 뉘어서 수평적 이동에 사용하여 사다리 본연의 임무와 멀어져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하는 대상의 효용성에 대해 질문하면서, 인간 공동체를 돌아보게 한다.
'공연ㅣ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 콘서트 추천]Sum 41 Live in Seoul - YES24 LIVE HALL (1) | 2024.01.26 |
---|---|
[2024 뮤지컬 라인업]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선정작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여기, 피화당" "이솝이야기" (5) | 2024.01.25 |
2024 뮤지컬 추천 컴프롬어웨이 후기 - 할인정보, 공연 소개, 후기, 관람 전 알면 좋은 정보 (5) | 2024.01.23 |
2024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축하공연 영상/수상자/수상작/주요작품 (3) | 2024.01.18 |
2024 전시 추천 "구본창의 항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사진전 전시일정 이용시간 관람료 물품보관 (1) | 2024.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