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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오후에 뮤지컬 '컴프롬어웨이'를 관람하고 왔다.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좋은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초연이라 그런지 아직 인지도가 별로 높지 않은 듯하여 아쉽다. 원작은 미국에서 2011년 처음 제작되어 2017년에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린 후 토니상(미국 연극, 뮤지컬 계에서 가장 큰 상), 로런스 올리비에상(영국 연극, 뮤지컬계에서 가장 큰 상), 드라마 데스크상 등을 휩쓴 수작이다.
이번 글에서는 공연 후기와 함께 공연 할인정보, 관람 전에 알면 좋은 정보, 넘버 소개, 공연장 정보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2024 공연 및 할인 정보
- 공연 일정 : 23.11.28 ~ 24.2.18
- 공연 장소 : 광림아트센터 BBCH홀
- 할인정보 : 이번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본 공연의 기획사인 쇼노트 공연이 9관왕을 휩쓴 것을 기념하여 전 좌석 30%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파크, 예스 24 티켓, 멜론티켓 등에서 예매 시 '쇼노트한뮤어수성기념할인' 권종을 선택해야만 할인이 적용되기 때문에, 꼭 유의하여 예매하여야 한다. 좌석 가격 및 자세한 할인 기간과 할인 회차 정보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연 개요 및 시놉시스
2001년 9월 11일 아침, 세계무역센터에 두 대의 비행기가 연달아 충돌하며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충돌 직후 미국 연방항공청의 지시로 미국 영공이 봉쇄되고, 이 순간 미국으로 향하고 있던 비행기들을 캐나다 정부는 가까운 캐나다 공항으로 유도하여 최대한 빨리 착륙시키는 '노란 리본 작전'을 진행한다. 이때 캐나다 가장 동쪽에 위치한 뉴펀들랜드의 작은 공항인 갠더(Gander) 국제공항은 대서양을 거쳐 도착하는 항로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공항이었기에 무려 38대의 비행기가 갑자기 착륙한다. 갠더 지방은 전체 주민이 만명도 되지 않는 작은 시골 마을이었는데, 이때 비상착륙으로 외국에서 온 승객과 승무원이 6천 명이 넘었다고 한다. 핸드폰도 거의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에 갑작스러운 테러와 낯선 장소에 대한 불안으로 패닉에 빠져있는 수천의 이방인들. 인종도, 고향도, 언어도, 취향도, 성격도 모두 다른 이 사람들을 갠더 마을 사람들은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자발적인 참여와 연대의 의미에 대해 되새기는 작품이다.
12명의 출연진들이 주연과 조연, 앙상블의 구분 없이 모두 1인 다역을 맡는다. (1인 10역을 맡는 배우도 있다.) 배우마다 마을 주민과 방문자의 역할을 동시에 하며, 상대방의 처지가 되어 헤아려보는 의미와도 연결된다. 인종, 언어, 종교, 성적 지향 등이 제각각이어도 공동체의 힘으로 재난을 극복해 내는 모습이 이러한 주조연이 따로 없는 군상극 형태를 통해 극대화된다.
관람 전 알면 좋은 정보
배경이 된 실화 스토리
이 작품은 실제 일어났던 일들의 디테일까지 살려 극에 반영해 놓았다. 넘버에는 만돌린, 바우런, 아이리시 휘슬, 피들, 아코디언 등을 활용한 켈틱 음악이 다수 등장하는데, 실제 뉴펀들랜드에서 전통음악처럼 즐기는 이 음악을 다수 차용하였다.
9/11 테러로 인해 희망의 등불이 된 작은 마을 | 60분 호주
갠더에 착륙한 항공기의 조종사로 나오는 ' 비벌리 배스'도 실존 인물이다. 실제로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최초 여성 조종사였다.
Real-life Come From Away pilot describes 9/11 in Gander
넘버
송쓰루까지는 아니지만 대사의 비중이 적고 넘버들로 꽉 차게 진행되는 작품이다. 무대 뒤에서 라이브로 진행되는 밴드 및 관현악기들의 수준이 몹시 높다. 극 중간에 액터뮤지션처럼 실제 연주자들이 무대 위로 올라오기도 한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나도 모르게 켈틱음악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2019 tiny desk에 브로드웨이 캐스트가 참여했던 적이 있다.
"28 Hours/Wherever We Are", "I Am Here", "Me and the Sky", "Something's Missing" and "Finale"를 라이브로 선보였다.
Come From Away: NPR Music Tiny Desk Concert
[더뮤지컬] 뮤지컬 '컴프롬어웨이' 2023 프레스콜 하이라이트
캐스팅
닉 외: 남경주, 이정열
클로드 외: 서현철, 고창석
다이앤 외: 최정원, 최현주
뷸라 외: 정영주, 장예원
비벌리 외: 신영숙, 차지연
케빈T 외: 지현준, 주민진
오즈 외: 심재현, 이정수
한나 외: 김아영, 이현진
보니 외: 정영아, 김지혜
밥 외: 신창주, 김승용
케빈J 외: 현석준, 김찬종
재니스 외: 나하나, 홍서영
스윙: 김주영, 김영광
공연장 정보(광림아트센터 BBCH홀)
BBCH홀은 뮤지컬 전용 극장으로 만들어진 곳은 아니라서 음향이 항상 조금 아쉽다. 그래도 무적의 단차 덕분에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엘리베이터를 한참 기다렸던 기억이 있어서 매표를 미리 하고 나갔다가 공연 10분 전쯤 다시 들어왔는데, 10분 전쯤에도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아마 좌석이 꽤 비어있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주자창은 지하 1층부터 7층까지 아주 공간이 많은 편이고, 주차요금은 5시간에 5000원이다. 물품보관소에서 할인티켓을 받아서 옆에 있는 주차요금정산기에서 정산하면 된다.
후기
무척 마음 따뜻하게 본 극이다. 테러 직후라는 시대적 배경이 주는 무거움도 있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마음 따뜻한 일들이 기분을 좋게 한다. 넘버 중에 prayer라는 넘버가 있는데, 각 종교의 기도가 만드는 하모니가 인상적이었다. 이 극의 주제를 관통하는 넘버라고 느꼈다.
"Prayer" from Come From Away | West End performance
컴프롬어웨이 이번 초연캐스트는 레전드다. 모든 배우들 개개인의 능력치가 너무 좋고, 배우들 간의 합이나 밸런스도 좋다. 뷸라 역을 맞은 정영주 배우의 연기력이 단연 돋보였고, 이현진 배우는 이번에 처음 봤는데 노래실력이 몹시 좋았다. 신영숙 배우는 뭐 말할 것도 없고, 고창석 배우는 생각보다(?) 노래도 잘하시고 유쾌했다. 아마 어느 캐스팅 일정으로 보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
암전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전개 덕에 지루할 틈이 없다. 무대는 원근감이 있는 스크린 배경을 뒤에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어서 전반적으로 굉장히 넓어 보인다. 최소한의 소품으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어 무대가 깔끔하다.
커튼콜에서는 무대뒤에 있던 오케스트라 각 악기들의 솔로가 이어진다. 커튼콜에서 악기 솔로를 했던 작품이 있었던가. 연주자분들도 흥이 넘치는 분들 같아서 마지막까지 기분이 좋았다. 어떤 관객분들은 커튼콜 때 앞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셨다.